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LG생활건강이 음료 부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자회사 코카콜라음료의 농협 하나로마트 위탁점주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방적인 계약 종료 통보에 이어 직원 인력까지 본사가 데려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상생 경영’과는 거리가 먼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 12월 42개 농협 위탁점에 내용증명을 보내 “2024년 6월 30일자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본사 측은 “경쟁사 직거래 전환 이후 매출 차이가 확대됐고, 판촉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렸음에도 성과가 없었다”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점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년간 농협 매장에서 코카콜라 제품을 관리하며 매출을 올려왔는데, 본사가 성과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했다는 것이다. 일부 점주들은 “본사가 위탁점에서 교육시킨 직원들 가운데 매출 상위 인력을 따로 접촉해 데려갔다”며 기업 윤리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경쟁사 사례와의 비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주스 부문 부진으로 일부 대리점을 직영 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지만, 지난 7월 대리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수수료율 인상, 품목 확대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과거 남양유업도 대리점 갑질 논란 끝에 협의회에 40억 원 위로금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절차적·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며 보상 논의에는 선을 긋고 있어,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갈등은 LG생활건강의 실적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049억 원, 영업이익 54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8.8%, 65.4% 줄어든 ‘어닝 쇼크’를 냈다. 화장품 사업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은 해태htb를 포함한 음료 부문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코카콜라음료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화장품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위탁점 계약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오랜 거래 관계를 무시한 채 본사만 유리한 결정을 내리면, 향후 유통망 파트너와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도 이번 사안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그룹 최초의 내부 공채 출신 여성 CEO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들어 매출과 이익 모두 급격히 악화하면서 재신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업계는 “이 대표가 위탁점주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