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남궁홍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단행된 삼성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되며 3연임에 성공했다. 남 대표는 1994년 입사 이후 해외법인장과 플랜트사업본부장을 거쳐 2022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2024년 첫 연임에 이어 2025년 다시 한 번 신임을 받으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다만 연임이 확정된 시점의 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뚜렷한 하락 흐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E&A의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6조2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47억원으로 23.8%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며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꺾였다. 실적 둔화의 배경에는 계열사 설비투자 축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2025년 3분기 누적 시설투자(CAPEX)는 32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금액 기준으로는 약 3조6000억원 감소했다.
내부거래 3년 연속 4조원대…계열사 의존도 60%대 고착화
삼성E&A의 매출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내부거래 의존도가 장기간 고착화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계열사 매출은 2022년 4조437억원, 2023년 4조1146억원, 2024년 4조1438억원으로 3년 연속 4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도 2022년 60.6%, 2023년 66.0%, 2024년 61.7%로 매년 60%를 초과했다.
2024년 기준 삼성E&A의 내부거래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매출은 2조762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1664억원으로, 두 계열사에서만 3조9287억원의 매출이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내부거래 규모 4조1438억원의 94.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두 계열사의 투자 방향이 삼성E&A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삼성바이오 투자 축소에 매출·이익 동반 감소
이 같은 의존 양상은 올해 들어 실적 변동성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평택 제4공장(P4)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2공장 공사 일정을 연기하면서 내부 발주 물량이 크게 줄었다. 2025년 내부거래 매출은 1조8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1918억원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은 34%,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은 70% 각각 줄었다. 이에 따라 삼성E&A의 2025년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조2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남궁홍 대표의 3연임이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성과보다 안정’을 택한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핵심 과제를 뒤로 미룬 결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계열사 중심의 수주 방식은 단기적인 실적 방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계열사 투자 사이클에 실적이 종속되는 흐름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소·SAF 신사업 확대…단기 수익성은 여전히 과제
남 대표는 수소·암모니아·CCUS·SAF 등 저탄소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E&A는 2025년 3월 노르웨이 수소기업 넬(Nel)의 지분 9.1%를 인수하며 그린수소 사업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또 최근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지속가능항공유(SAF) 프로젝트 주요 계약사로 선정되며 신사업 분야에서 일부 수주 성과도 확보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신사업이 단기간 내 삼성E&A의 실적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소와 SAF 산업은 중장기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지만, 설비 투자 부담이 크고 수익성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제 삼성E&A의 파트너사인 넬은 2025년 3분기 약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자원공사(KIND) 역시 수소 산업에 대해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며, 태양광·풍력 대비 신규 설비 증가 규모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E&A는 내부거래 비중이 3년 연속 60%를 넘는 흐름을 유지한 채,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계열사의 투자 계획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 확대를 통한 외부 매출 전환이 구호에 머물 경우, 실적 변동성 역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