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을 겪게되는 피해자들은 분명 성추행이나 강제추행, 성폭력, 성희롱과 같은 피해를 겪었지만, 어디까지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사건 직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찾아와 혼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많다.
성범죄 사건에서 핵심은 감정의 크기가 아닌 초기 행동요령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의 분노나 억울함보다, 피해 사실이 어떻게 구조화돼 전달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수사기관에서 처음 어떤 방식으로 설명(진술)했는지,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피해자의 의사결정 또한 중요하다. 현시점을 변호인과 함께 명확히 판단하고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는지, 합의를 통한 피해회복을 원하는지,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피해자 변호인의 전략이 세워지고 이후 함께 행동해야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법무법인 세담 변주은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는 경우, 변호인은 피해자의 목표를 위해 함께한다. 한 사례의 경우 19살의 피해자 A씨는 자신을 가르치던 연예기획사 PD(B씨)와 술을 마신 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B씨는 그런 A씨를 집으로 데려갔고 그날 밤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바로 신고했지만, 수사기관은 CCTV와 혈중알코올 수치를 이유로 저항 못 할 상태는 아니었다며 사건을 더 진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의 의견에 따라 변호인은 포기하지 않고 이미 한 번 끝난 사건을 다시 열기 위해 끝까지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상급 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열라는 결정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이 다시 시작되자 변호인은 A씨가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 보여주는 영상, 사건 직후 보낸 거짓 문자, 합의를 시도한 정황 등 하나씩 모아 반박했다. 추가로 과정속에서 피해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재판 방청 기자의 퇴정을 요청했다. 결국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끝날 뻔했던 사건을 다시 세우고, 재판 전체 과정을 설계해 결론까지 끌고가 기존 피해자가 원했던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이끌어낸 사건이었다”고 전했다.
변주은 변호사는 “하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우선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합의를 우선하면 형사처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처벌을 우선하면 합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또한 피해자의 행동요령을 변호인이 명확히 설정해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 직장내 성추행 합의사건의 경우, 사건의 핵심은 형사 재판이 아닌 합의 설계였다. 직장 상사 B가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부하 직원 A씨를 강제로 끌어안고 신체를 만진 성추행 사건이었다. 피해자 A씨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빠른 변호인 선임을 통해 행동요령을 받고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유리한 증거를 가지고 합의에 임해 사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변호인은 경찰조사 전 목격자 사실확인서와 유사 피해자의 진술서를 미리 준비해 제출했고, 이를 통해 피해자의 진술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화했다. 가해자는 같은 회사의 상사였고, 회사 징계 여부가 향후 인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상황이었다. 변호인은 이를 협상의 중심에 두고, 인사부와 소통하면서 징계위원회 개최 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피해자 측 의견에 반영하겠다는 조건을 명확히 했다. 합의금은 피해자 A씨가 원한 5천만원으로 정리되었고, 동시에 A씨가 퇴사하더라도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권고사직 형태로 처리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회사와 조율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는 감봉 처분을 받았고, 형사 절차는 합의를 고려해 종결되었다.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회사 징계•형사 절차•피해자 생계까지 함께 설계한 사례였다”고 전했다.
변주은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변호사의 핵심 역할은 피해자가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선택은 아무 기준 없이 수사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호의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피해 감정으로 인해 전략적 사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남길지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확보하는 행동요령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