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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파스님 “퇴마는 공포가 아니라 질서 회복입니다”

영시와 기도 수행으로 악기(惡氣)를 다스리는 퇴마의 본질을 말하다

 

종교가 다양해지고 정신적 불안이 커진 시대, ‘퇴마’라는 단어는 더 이상 영화 속 소재가 아니다. 각 종교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악령을 쫓아내고, 기운을 정화해 왔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기독교의 안수기도와 축귀, 천주교 엑소시즘, 불교의 항마진언과 천도재, 밀교의 진언 수행, 무속의 부적과 접신 의식 등은 모두 형태만 다를 뿐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존재를 몰아내고 균형을 회복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퇴마’가 현대 사회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공포나 미신 때문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막힘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파스님은 이러한 흐름 한가운데에서 “퇴마의 본질은 공포가 아니라 질서 회복”이라며, 자신이 수행해 온 퇴마의 의미와 실제 과정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설명했다.

 

■ “종교는 달라도 퇴마의 목적은 같다… 인간과 영계의 균형 회복”

 

일파스님은 먼저 여러 종교의 퇴마 의식이 지향하는 본질적 목적을 짚었다.


그는 “기독교의 안수 목사나 집사가 행하는 축귀기도나, 불교 경전에 나오는 천지팔양신주·능엄신주·항마진언, 밀교의 진언 수행, 무속의 부적·접신 의식, 천주교 엑소시스트 모두 결국 인간을 괴롭히는 악한 기운을 제거하는 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천주교 엑소시즘이 교황청 허가를 받아야만 거행되는 점을 언급하며 “그만큼 퇴마는 위험한 영역이며, 무분별하게 행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축귀 요청이 과장되고 있다’고 경고한 사실을 언급하며, “퇴마는 종교적 지식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깊은 분별력과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퇴마의 핵심은 악기를 제거하는 힘… 영시(靈示)는 신이 허락한 도구”

 

일파스님의 퇴마는 다른 무속인이나 영매와 분명히 다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인 **‘영시(靈示)’**를 퇴마 과정의 핵심으로 설명했다.

 

“무속의 점사는 눈으로 보고 해석하는 것이지만, 영시는 영안을 통해 빙의령의 정체를 정확히 보는 능력입니다.


영시는 귀신이 숨기는 부분까지 드러내므로, 왜 빙의가 생겼는지, 어떤 원한인지,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한 치의 오차 없이 드러납니다.”

 

그는 이 영시를 바탕으로 단순한 점사나 추측이 아닌 정확한 원인 규명과 맞춤형 퇴마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퇴마를 시작하면 스스로 운기조식을 행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며, 기도 수행을 통해 자신과 환자를 감싸는 보호 장막을 구축한다고 말했다.

 

“퇴마는 악령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입니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면 환자가 아닌 퇴마사가 위험해집니다.”

 

■ “악령은 단순히 쫓아내는 것이 아니다… 억울한 원령에게는 해원을, 악기에는 단호한 제압을”

 

일파스님은 퇴마가 단순히 ‘귀신을 몰아내는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귀신의 종류를 악귀, 원한령, 색귀, 인형령, 혼백령, 자연령 등으로 구분하며, 문제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악귀의 경우에는 강한 신령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범신계의 산신이나 지옥 사신까지도 부르며 퇴마를 진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악령이 인간계 질서를 깨뜨릴 때 신(神)이 대행자인 퇴마사에게 힘을 허락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퇴마는 무당의 접신과 다릅니다. 무속인은 신의 힘을 빌리지만, 퇴마사는 스스로의 의지와 수행력, 그리고 신이 허락한 힘으로 악령을 굴복시키는 일입니다.


접신은 받는 것이고, 퇴마는 제압하는 것입니다.”

 

■ 분신사마 같은 조령 놀이가 위험한 이유

 

일파스님은 특히 분신사마 같은 ‘초령 주술 놀이’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분신사마는 귀신을 부르는 주문일 뿐 돌려보내는 주문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기만 하고 닫는 법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빙의가 쉽게 일어나죠.”

 

그는 이러한 놀이가 ‘귀신에게 내 몸으로 들어오라’고 광고하는 셈이라고 경고하며, 영적 세계를 가볍게 다루는 행위는 반드시 위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 전생의 악업이 빚은 영병 사례… “인과응보는 예외가 없다”

 

일파스님은 과거 심령가료 중 마주한 한 사례를 들려줬다.


피부가 유리조각처럼 아프다며 집 밖도 못 나오는 환자를 치료하던 중, 그의 몸 속에 130년 전 살해당한 일가족의 원한령이 존재했던 사실을 영시로 확인했다.

 

“전생에 지은 악업은 누가 대신 갚아줄 수 없습니다.


전생에 가족을 죽인 죄를 이번 생에 환자로서 치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영병에서 이와 같은 인과를 확인합니다.”

 

그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퇴마는 단순한 퇴치가 아니라, 영혼의 해원과 인간계의 질서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퇴마사는 줄어들고, 떠도는 영은 늘어난다… 시대적 과제다”

 

도시화와 물질주의가 확산되면서 본능적 감각은 둔해지고, 퇴마 수행자는 줄어드는 반면, 사고·전쟁·재난 등으로 떠돌게 된 영들은 증가하고 있다고 일파스님은 진단한다.

 

“영계와 인간계를 이어주는 퇴마사는 시대가 바뀔수록 더 필요한 존재입니다.


영계의 질서가 무너지면 인간계에도 반드시 혼란이 생깁니다.”

 

그는 퇴마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영안(靈眼)과 심안(心眼), 강한 기도력, 운기조식, 그리고 무엇보다 정도(正道)를 걷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퇴마는 공포가 아니다, 회복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일파스님은 퇴마의 본질을 이렇게 정리했다.

 

“퇴마는 귀신을 두려워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삶의 어둠을 걷어내고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일입니다. 악귀는 반드시 정리되어야 하고, 원한은 반드시 풀려야 하며, 영계와 인간계는 반드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그 길의 안내자일 뿐입니다.”

 

불안과 혼란의 시대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파스님의 메시지는 퇴마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관점을 던지고 있다.

 

한편 일파스님은 대한불교퇴마사협회 부회장, 금강산향로봉 연화사 포교원장, 사단법인 한국근본불교조계종 연수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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