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인 조현상 부회장이 자신과 자녀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ASC에 512억 원을 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세금 회피 의혹이 커지고 있다.
ASC는 지난 1일 조 부회장과 512억 원 규모의 차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으며, 이 금액은 회사 자기자본의 20%에 달한다. 연 이자율은 4.6%로 설정됐고, 280억 원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 분할 상환되며 나머지 232억 원은 2027년 만기 도래 예정이다. 대출 용도는 ‘기타 자금’으로만 기재돼 구체적 사용처는 드러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배당금 처리 방식이다. ASC는 “배당 결의 후 미지급된 배당금을 대출 계약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2년간 ASC 감사보고서에는 배당금 지급 내역이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형상 배당을 결정한 뒤 지급하지 않고 이를 대여금으로 바꿔 조 부회장에게 반환한 구조로 보이지만, 실제 배당 절차가 있었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형식은 대여금이지만 실질은 배당 회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행 소득세법상 배당금에는 최대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만약 ASC가 500억 원대 배당을 실제 지급했다면 약 250억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대여금으로 바꾸면 당장의 세금 납부는 피할 수 있고, 오히려 조 부회장은 매년 약 24억 원의 이자 수익을 확보하게 된다. 세무 전문가들은 “비상장 오너 개인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절세 기법”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실질적 사금고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ASC는 2000년 설립된 HS효성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 법인으로, 조현상 부회장과 자녀들이 98%, 자녀 소유 법인이 2%를 보유해 사실상 지분 100%를 장악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메르세데스-벤츠 판매사 HS효성 더클래스, 황산니켈 생산 기업 우전 G&F, 사모 부동산 투자법인, 베트남 자동차 유통 법인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51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107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500억 원 넘는 자금을 조달한 배경이 불분명하다”고 꼬집는다.
효성그룹 고 조석래 명예회장 작고 이후, 장남 조현준 회장은 기존 효성 계열사를 맡고 조현상 부회장은 자동차·첨단소재 중심의 HS효성을 이끌며 형제 분리 경영 체제가 본격화한 상황이다. 이러한 지배구조 재편 국면에서 ASC의 자금 흐름과 조 부회장 일가의 지분 구조 전환은 승계와 연결된 또 다른 리스크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HS효성은 최근 그룹 최초의 전문경영인 회장으로 김규영 전 효성 부회장을 선임했다. 조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유지한 채 경영 전면에는 전문경영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체제를 정비한 셈이다. 그러나 ASC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경영 투명성 및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 논란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