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스페인 현대미술을 상설로 소개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이 지난 22일 헤리티크제주에 문을 열었다. 신상수 회장이 설립한 '헤수스 수스 뮤지엄'이다. 이 미술관은 스페인 출신 화가 헤수스 수스(Jesús Susús)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국내 최초의 전용 뮤지엄으로, 한국과 스페인 간 문화예술 교류의 흐름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9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헤수스 수스는 40여 년간 유럽의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국제적 작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한 헤수스 수스는 같은 대학 교수로 지내며 회화 연구와 더불어 국내외 전시를 여는 등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6회 우에스까 국립 회화전에서 ‘박람회의 빨간 머리 소녀’로 영예상(1980)을 받았고, 2010년 스페인 정부 인정 아트연구인으로 선발된 바 있다. 그의 회화는 색채와 물성, 그리고 반복적인 붓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리는 행위 그 자체’를 사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화면 위에 쌓이는 색과 제스처를 통해 감정과 시간을 축적하며 관람자에게 감각적 경험을 제안한다. 강렬한 색채와 구조적 회화로 유럽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작가의 첫 한국 상설 미술관이 제주에 마련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개관식에는 세계한상총연합회(OCTA) 상하이 지부 박상윤 회장,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 임재식 단장, 국내외 미술 전문가, 국제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필립스(Phillips)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러한 작품 세계에 대해 작가의 아내이자 문화 후원가로 활동 중인 이태분 회장은 “헤수스의 그림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언어와 국적을 넘어, 보는 이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고 설명했다. 이태분 회장은 “제주는 자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 같은 곳”이라며 “이곳에서 스페인 화가의 시선과 한국의 자연, 그리고 관객의 감성이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뮤지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헤수스 수스의 예술 세계는 한국과의 인연을 통해 새로운 결을 얻었다. 한국인 배우자와의 만남 이후 그는 한국을 자주 오가며 작업했고, 그 과정에서 동양적 여백과 자연관은 그의 추상 회화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제주에서 체감한 바다와 바람, 화산 지형의 에너지는 화면에 보다 유기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부여했다.
제주는 1653년 네덜란드 출신 항해사 하멜의 표류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세계에 존재를 알린 바 있다. 예기치 않았던 그 만남은 제주가 세계사에 기록된 첫 순간이었다.
제주는 1653년 네덜란드 출신 항해사 하멜의 표류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세계에 존재를 알린 바 있다. 예기치 않았던 그 만남은 제주가 세계사에 기록된 첫 순간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미술관 개관은 그 역사적 흐름을 잇는 또 하나의 상징적 계기”라며 “우연의 표류가 제주를 세계에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예술을 통해 제주가 세계와 다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370년 전 우연히 제주와 연결되었던 유럽이, 이번에는 예술을 매개로 다시 제주를 찾았다”며 “헤수스 수스 미술관이 제주가 세계와 대화하는 새로운 창이 되고, 제주 관광과 문화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뮤지엄 개관을 주도한 신상수 회장은 설립 취지에 대해 “예술은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언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헤수스 수스 뮤지엄은 단순한 개인 작가 미술관을 넘어, 한국과 스페인이 예술로 소통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양국 작가 교류전과 교육 프로그램, 국제 문화 행사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술관에는 작가가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완성한 회화 작품 약 100점이 상설 전시돼 있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따뜻하고 동화적인 색채로 풀어낸 작품들은, 제주라는 공간과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 색다른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헤수스 수스 뮤지엄은 제주가 관광지를 넘어 국제 예술 교류의 거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페인의 현대 추상미술과 한국의 자연·문화적 맥락이 만나는 이 공간은, 예술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공존과 확장의 길을 열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