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설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혼인 관계의 종말을 고민하는 잔혹한 시기가 되고 있다. 매년 설과 추석 연휴가 지난 직후 법률사무소에는 이혼 상담 문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명절 후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명절이혼은 그동안 쌓여왔던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이 명절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폭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명절이혼 잔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명절이 가진 폐쇄적인 환경에 있다. 장거리 운전과 과도한 가사 노동에 지친 몸으로 좁은 공간에서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과 장시간 머물면 사소한 언쟁도 심각한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게다가 자녀 교육, 경제력 비교, 과거의 서운함 등이 명절 밥상머리에서 언급될 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은 가정폭력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되기도 하는데,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평소보다 약 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세영 변호사는 “설령 가정폭력의 수준에 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이는 민법상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된다. 여기서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 학대나 명예훼손적 행위가 가해진 경우를 의미한다. 시부모나 장인, 장모가 상대 배우자에게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퍼붓거나 근거 없는 비난으로 자존감을 짓밟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이는 명백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 상대방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식사 자리에서 배제하거나 가족 대화에서 소외시키는 '정서적 학대' 역시 심히 부당한 대우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서갈등, 고부갈등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만일 배우자가 갈등을 중재하려 애쓰고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면 처가, 시가 식구들과의 분쟁만으로 이혼이 인정되기는 어렵다. 혼인 관계는 기본적으로 부부 두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상대방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동조했다면 이는 중대한 혼인 파탄의 사유다”고 전했다.
박세영 변호사는 “다른 이혼과 마찬가지로 명절이혼에서도 감정적 호소보다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배우자나 시댁 식구로부터 받은 폭언이 담긴 녹취록, 메시지 내용, 신체적 폭행이 있었다면 당일 촬영한 사진과 병원 진단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명절 갈등이 이번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혼인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이 있다면 위자료 산정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명절이혼은 단순한 순간의 갈등이 아니라 누적된 불평등과 모욕이 명절이라는 방아쇠를 만나 터져 나오는 사건인 경우가 많다.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입증이 필수다. 증거가 충분하다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제3자, 즉 처가나 시가 식구들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증거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