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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건 판결... ‘증거 수집 절차’가 승부수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순간,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억울함이나 두려움부터 떠올린다. “나는 그렇게까지 잘못하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일단 수사에 성실히 응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무엇을 말할지보다, 어떤 틀 안에서 말할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법무법인 세담 신알찬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와 초기 증거 확보 과정을 따지는 전략이 중요하다. 답이 정해진 재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형사절차가 적법하게 수행되었는지 여부를 다투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접근은 마약 사건처럼 사회적 비판이 강한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연한 계기로 수사가 시작된 실제 마약 사건은 이 점을 잘 드러내는 사례다. 분실된 휴대전화를 경찰이 보관하게 되었고,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에서 마약 관련 대화가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영장 없이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복제했고, 그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해 공범까지 기소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의뢰인은 혐의를 인정하였고, 하급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고 전했다.

 

신알찬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은 ‘마약 전달 여부’가 아니라 ‘전자정보 확보 과정’이었다. 영장에 의하지 않은 탐색•복제는 위법하며, 그 자료에 기초해 형성된 진술 역시 독립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주장하여 다퉜다. 상고심에서는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었고,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가 수사의 기초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원심은 파기되었고, 사건은 무죄 판결으로 뒤집혔다. 형사절차에서 과정과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사례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 사건에서도 접근 방식은 다르지 않았다. 강남 한복판에서 적발된 국제 마약 거래 사건은 일본 조직과 해외 공급책이 얽힌 중대 사안이었고,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일반적으로는 양형을 낮추기 위한 정상참작 사유를 강조하는 전략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거래 규모 자체보다, 이를 입증한 증거가 어떤 절차를 거쳐 확보됐는지를 다시 들여다봤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렌터카 GPS 자료의 취득 경위와 영장 절차의 적법성을 정밀하게 검토한 것이다. 상급심은 이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다시 열린 재판에서 일부 증거의 증명력이 부정되면서 책임 범위가 조정됐다. 그 결과 형량은 12년에서 8년으로 낮아졌다. 단순한 감형이 아니라, 재판의 출발점을 다시 세운 결과였다”고 전했다.

 

신알찬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가장 불리한 선택은 아무 기준 없이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 쟁점을 어디에 둘지, 증거가 적법한 과정에서 수집됐는지부터 따져보지 않으면 수사의 흐름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마약 뿐만 아니라, 건설•부동산 관련 형사 사건처럼 계약 구조와 자금 흐름이 복잡한 사안이라면, 사실관계 못지않게 입증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형사절차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다. 수사의 적법성과 증거의 구조를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판결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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