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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KB부동산신탁에 경고…7,900억 책임준공 미반영·전관 특혜·회계 왜곡 ‘내부통제 붕괴’

지난달 26일 금감원 제재…책임준공 10곳 미준공, 7,919억 손실 리스크 방치
"소송 없으면 손실도 없다”는 인식, … KB금융 ESG·투명경영 기조와 충돌
KB금융 비은행 부문 신뢰 위기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KB부동산신탁에 대해 ‘경영유의사항 4건’과 ‘제재조치 1건’을 동시에 통보하면서, 내부통제 부실과 회계투명성 훼손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이 확인한 위반 사실은 자금 집행의 불투명성, 퇴직 임원 관련 용역 편중,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리스크 방치, 대손준비금 과소 적립 등으로, 회사 전반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손준비금 과소 적립, ‘명목가 회계’에 따른 신뢰 훼손


금감원 제재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신탁계정대여금 자산건전성 오분류에 따른 대손준비금 과소 적립’으로 제재를 받았다. 회사는 ‘고정’으로 분류된 신탁계정대여금의 회수예상가액을 현재가치가 아닌 명목가액으로 계산해 충당금을 실제보다 적게 쌓았다. 2024년 1분기 40억6천만 원, 2분기 107억8천만 원 등 총 148억 원 규모의 대손준비금이 과소 적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를 「자본시장법」 및 「금융투자업규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임직원에 대해 자율처리필요사항을 부과했다. 명목가액을 기준으로 한 회수액 산정은 이자나 시간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실제보다 자산이 건전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회계 왜곡으로 평가된다.


책임준공 리스크 방치와 ‘장부 밖 손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장의 잠재 리스크는 더욱 심각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이 관리하는 사업장 중 책임준공기한이 도과한 곳은 10개에 달하며, 관련 대출원리금 잔액은 7,919억 원 규모다. 그러나 회사는 “관련 소송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당부채 인식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 이는 기업회계기준상 손실 발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충당부채를 검토해야 하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잠재 손실을 장부 밖으로 숨긴 회계상 왜곡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책임준공기한이 지난 사업장에 대해 충당부채 인식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소송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체 없는 용역계약서와 임원 연계업체 용역계약 집중


이 같은 회계 왜곡 외에도 금감원은 관리형 토지신탁의 자금 집행 과정에서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을 확인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자금 용도에 대한 실질적 심사 없이 위탁자나 대리금융기관의 동의만으로 자금이 집행됐다. 실체가 없는 용역계약서를 근거로 민원처리비를 집행하거나, 분양 성과를 검증하지 않은 채 분양촉진수수료를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2022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회사와 건물관리계약을 체결한 12개 사업장 중 5곳이 2022년 말 퇴직한 임원이 고문으로 재직 중인 특정 업체에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퇴직 임원과의 연계 여부를 면밀히 검증하고, 혼합형 신탁 역시 직접 계약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건전성 분류 불명확과 내부통제 붕괴


자산건전성 분류와 회수예상가액 산정 기준의 불명확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률이 계획 대비 미달할 경우 ‘요주의’로 분류한다고 명시했지만, 공정률 차이를 계산하는 내부 기준이 없어 시공사 교체 시 계획 공정률이 임의로 변경되는 사례가 있었다. 또 미분양 사업장조차 실제 판매 가능가치가 아닌 분양가를 그대로 적용해 회수가능가액을 부풀리는 등 자산 건전성 평가가 자의적으로 이뤄졌다. 이 밖에도 임직원 메신저 백업 시스템이 미비해 일부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한 등 전산설비 관리의 기본적 통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B그룹 신뢰 훼손과 ESG 역행


이번 사안은 단순히 KB부동산신탁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KB부동산신탁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그룹의 비은행 이익 다변화 전략의 핵심 축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그룹 전체로 직결되는 구조적 리스크로 평가된다.


KB부동산신탁이 인식하지 않은 잠재 손실이 연결회계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KB금융의 공시 신뢰도와 재무 투명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회계의 정확성은 그룹의 신용등급과 투자자 신뢰로 직결되는 만큼, 이번 문제는 단순한 계열사 이슈를 넘어 금융그룹 전체의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또한 금감원이 충당부채 프로세스 마련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만큼, 향후 검사에서 이행 여부에 따라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단순한 ‘경영유의’가 ‘기관경고’나 ‘제재심’으로 격상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KB금융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ESG·투명경영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손실 은폐, 전관 특혜, 내부통제 부실’이라는 3중 구조가 드러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그룹의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책임준공 관련 충당부채가 적시에 인식될 수 있도록 세부 기준 및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자산건전성 분류와 회수예상가액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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