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 일상생활 속 거의 모든 순간에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채무 걱정, 매달 돌아오는 납부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연체로 인해 날아오는 독촉 문자와 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은 삶 전체를 흔드는 심리적 고통이 된다.
최근 경기 불황 및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나아가 개인회생, 개인파산을 두고 고민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두 제도 모두 채무자로 하여금 다시 삶을 정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절차다. 하지만 그 목적과 적용 대상은 전혀 다르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제도다. 계속해서 수입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있다면 고용 형태나 소득 규모가 일정치 않더라도 신청이 가능하다. 법원은 채무자의 소득과 부양가족 수, 지출 구조 등을 꼼꼼히 계산해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을 산정한다. 채무자가 이를 3년에서 최장 5년 동안 성실하게 납부하면 남은 채무를 면책해 준다. 이자 전액이 사라지고 원금도 상당 부분 감면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재기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제도로 꼽힌다.
특히 개인회생의 가장 큰 장점은 절차가 개시되는 순간부터 채권자의 모든 독촉과 압류가 중단된다는 점이다. 채무자에게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보호 장치가 마련되고 그동안 정신적으로 짓눌렸던 채무 스트레스를 덜어내며 재정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직장을 유지하며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회생 절차는 빚을 줄여주는 기능을 넘어 살면서 다시 삶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개인파산은 소득과 재산 모두가 부족해 더 이상 채무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위한 제도다. 벌어도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생계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개인파산이 현실적이다. 파산이 선고되고 법원이 면책을 허가하면 채무 전액이 사라지지만 일정 기간 직업 선택의 제한이나 금융거래상의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또한 남아있는 재산이 있다면 청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산은 상환 능력이 완전히 없는 경우에만 선택하는 최후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일산 법률사무소 수림 김남오 변호사는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어느 제도가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선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다면 개인회생이, 소득이 없고 지킬 재산도 없다면 개인파산이 가장 합리적이다. 생활을 이어가며 일부라도 상환할 수 있는데 파산을 선택한다면 불필요한 제약을 낳을 수 있다. 반대로 회생을 선택했지만 소득이 불안정하다면 중도 폐지라는 더 큰 실패를 겪을 수 있다. 결국 자신이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많은 이들이 두 제도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움 때문에 상담 자체를 미루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빚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악화된다. 연체가 길어지면 채권추심은 강해지고 압류나 가압류가 시작되면 회생이나 파산 절차는 더 복잡해진다. 채무를 돌려 막으며 버티는 동안 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적절한 시점에 전문가 조언을 받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남오 변호사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은 절망의 끝에서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제도인데 성실하지만 불운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이며 경제적 재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와 빠른 판단인데 빚 때문에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올바른 선택과 절차를 밟는다면 그 끝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