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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항공 승무원이 쓰러지는데도 방임하는 국토교통부 '직무유기'

2025년 7월 초, 대한항공 KE074편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14시간 30분 장거리 비행 도중, 객실 승무원 한 명이 스낵 서비스를 마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기내에는 의료진이 탑승해 있지 않아 의사 호출 방송(닥터 페이징)이 울렸지만, 응답자는 없었다. 결국 동료 승무원들이 응급조치에 나섰고, 해당 승무원은 착륙 직후 공항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사건 발생 이후 국토교통부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으며, 항공사 측으로부터 별도의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항공기 운항과 안전, 승무원 휴식 기준을 정하고 감독하는 주무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를 방임하면서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한항공은 객실 승무원 인력을 약 1,000명 가까이 줄였다. 같은 기간 여객 수요가 회복되며 매출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인력은 감축된 상태로 유지되었다. 결과적으로 승무원 1인당 담당하는 승객 수는 증가했고, 서비스 강도는 높아졌다. 휴식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인력운영 실태 점검, 피로도 조사, 휴게공간 실태 등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대한항공은 2025년 들어 13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의 기내 서비스 절차를 ‘첫 식사 – 6시간 후 두 번째 식사 – 착륙 전 스낵’으로 변경했다. 이는 과거 ‘첫 식사 – 중간 스낵 – 착륙 전 식사’ 방식보다 서비스 횟수가 많아지는 구조로, 승무원의 업무량을 더욱 증가시키는 조치다. 대한항공은 이를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복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인력 충원 없이 진행된 사실은 확인되었다. 일부 승무원들은 해당 방식을 “밥밥스(식사+식사+스낵)”라고 불렀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휴식시간이 2시간도 채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기종에서 승무원이 쉴 수 있는 전용 벙크(휴게 공간)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승무원들은 일반 승객이 탑승한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 눈치를 보며 쪽잠을 청해야 한다. 실제로 “승객은 53A, 우리는 53B에서 쉰다”는 표현이 내부적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휴식’이 아닌 단순한 대기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 내부에선 뉴욕,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토론토 등 13시간 이상 장거리 주요 노선에서 탈진 증세로 병가를 내는 승무원이 늘고 있다. 기내에서 쓰러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지만, 항공사는 이를 건강상 이유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또한 그 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 13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의 전체 근무에 투입된 시간을 살펴보면, 공항 출근부터 브리핑, 기내 준비, 2차례 식사 서비스, 1차례 스낵서비스, 착륙 후 후속 업무, 호텔 도착까지 약 22~24시간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승무원이 실질적으로 몸을 눕혀 쉴 수 있는 시간은 약 2시간 이내이며, 실제 수면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로 누적과 업무 과중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다.

 

국토교통부는 장거리 운항 시의 항공기 내 안전인력 기준, 피로도 관리, 휴식 규정 등에 대한 실질적 절차 마련을 미뤄왔다. 산업 현장의 요구에 비해 제도는 후퇴되어 있고, 감독은 느슨한 상태다. 특히 스케줄 변경 시 승무원 사전 동의나 수당 보장 등은 해외 항공사에서는 당연시되는 구조이나, 국내 항공업계는 여전히 자율 운영이라는 이름 하에 승무원에게 일방적 통보가 가능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과로와 휴식 기준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객실승무원에게 적용할 별도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일정 이상 노동 강도에 따른 휴게시간 보장 조항이 존재하지만, 장거리 항공 노동자에 대한 특례조항은 아직 논의 중에 머물러 있다. 제도 공백 속에서 항공사와 감독기관은 책임을 서로 회피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문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 대한항공에서는 승무원을 포함한 다수 직원이 성과 압박과 면세 실적 문제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사망으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당시에도 국토교통부는 “기업 내부의 문제”라는 입장을 취했으며, 별다른 후속조치는 없었다.

 

이제는 문제의 원인을 승무원이 왜 쓰러졌는가가 아니라, 정부가 왜 이를 감독하지 않았는가로 바꿔야 할 때다. 항공 승무원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아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전 요원이며,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기내에서 탈진하고 쓰러지는 상황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감독기관의 무대응은 기업의 과로 구조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쓰러진 사람보다 침묵한 기관이 더 위험하다. 지금이라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승무원의 노동환경을 재점검하고, 구조적 피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감독하지 않는 시스템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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