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오너 3세 전병우 상무가 지난달 17일자로 전무로 승진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당시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프로젝트 확대와 해외사업 실적을 인정한 결과”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 전무는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부 부장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이사로, 2022년에는 신설 법인 삼양애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3년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전략총괄과 신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주요 의사결정 라인에 속도감 있게 편입됐다. 입사 6년 만에 부장–이사–상무–전무를 연달아 거친 이례적 속도다.
하지만 그의 승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회사 설명만큼 단순하지 않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이 회사의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성과를 전 전무 개인의 공로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불닭 시리즈의 해외 확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이미 진행돼 왔고, 전 전무가 입사한 2019년에는 성장 기반이 상당 부분 마련된 상태였다.
또한 전 전무가 직접 주도해 추진한 신사업들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매운 라면 신제품 ‘맵탱’은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편의점·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홍보까지 전 전무가 전 과정을 주도한 프로젝트였음에도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가 공동대표로 관여했던 계열사 삼양애니도 설립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특수관계자 매출 중 90% 이상이 삼양애니와의 거래에서 발생해, 사실상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구조로 평가된다. 전 전무는 설립 2년 만에 해당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이오·디지털헬스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 역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인허가 등 장기 과제 중심의 사업 특성상 수익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전 전무의 승진 사유를 ‘해외사업 성과’로만 설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닭 시리즈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신사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승진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불닭 시리즈에 편중된 실적 구조는 호황기에는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성장세가 꺾이는 순간 그대로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양식품이 승진 근거로 내세운 ‘해외사업 성과’가 향후 실제 실적으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불닭 이후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너 3세의 승진이 시기상조라는 비판적 시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