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일리스커피는 호주 로컬 카페의 공기와 태도를 가능한 한 왜곡 없이 한국 도심에 옮겨 심고자 하는 브랜드다.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숨을 고르는 장소”라는 조재근 대표의 말처럼, 이곳의 한 잔에는 기술보다 태도, 속도보다 온기가 먼저 담긴다. 손님의 이름을 부르고, 커피 취향을 기억하며, 주문보다 안부를 먼저 묻는 풍경은 헤일리스커피의 일상적인 장면이다.
조 대표가 호주 유학 시절 경험한 동네 카페는 하루의 리듬을 조정해주는 작은 안식처였다. 바리스타가 이름을 불러주고, 늘 마시던 커피를 기억하며, 서두르지 않는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공간. 그는 그 감각을 인테리어나 메뉴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 포함해 한국에 옮기고 싶었다. 호주 로컬 카페에서 약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목동에 첫 매장을 열며 헤일리스커피의 실험은 시작됐다.
당시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표준화돼 있던 한국 카페 시장에서 헤일리스는 일부러 한 발 비켜섰다. 더블샷을 기본으로 한 진한 호주식 커피, 체류 시간을 존중하는 운영 철학, “성함이나 닉네임을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응대 방식은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 됐다. 이후 양재로 확장된 매장은 조 대표가 “헤일리스의 심장”이라 부를 만큼, 메뉴와 서비스, 태도의 기준점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헤일리스커피의 운영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easygoing’이다. 서로를 재촉하지 않고, 바리스타와 손님 사이에 불필요한 벽을 두지 않는 태도다. 이곳에서는 손님을 ‘응대’하기보다 ‘맞이’한다. 주문과 결제, 음료 전달의 과정은 단순한 업무 흐름이 아니라, 하루를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단골의 근황을 묻고, 평소와 다른 메뉴를 고르면 그 이유를 가볍게 건네는 여유가 헤일리스가 말하는 이지고잉 마인드다.
이 태도는 재료 선택에서도 이어진다. 조 대표가 메뉴를 개발할 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늘 같다. “이 디저트를 내 가족에게도 매일 먹일 수 있을까?” 그 기준 앞에서 인위적인 재료는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호주 유기농 밀가루, 100% 우유버터, 동물성 생크림, 친환경 계란을 기본으로 하고, 젤라틴과 인공 색소, 불필요한 보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손님이 모두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만드는 사람만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시그니처 메뉴인 ‘시드니라떼’는 호주식 아이스 커피 문화를 바탕으로, 우유와 더블샷,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지는 스타일을 한국에 맞게 재해석했다. ‘멜번카푸치노’는 시나몬 대신 다크 초콜릿을 올리는 호주식 결을 살리되, 로스팅 포인트와 우유 온도를 미세하게 조정해 깔끔한 마무리를 구현했다. 베지마이트 토스트, 벌처 무슬리, 바나나 브레드 같은 브런치 메뉴 역시 같은 맥락 위에 놓인다.
이 모든 철학은 헤일리스커피의 슬로건, “Great Attitude Makes Great Coffee”로 집약된다. 좋은 원두와 장비는 전제 조건일 뿐, 결국 한 잔을 완성하는 건 바리스타의 태도라는 믿음이다. 손님과 동료, 공간을 대하는 자세와 보이지 않는 관리까지 모두 커피의 맛으로 환원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헤일리스커피는 양재와 을지로, 동탄, 부천 헤일리스디저트랩을 중심으로 직영으로 운영된다. 조 대표는 “어디가 본점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곧 본점”이라고 답한다. 각 매장을 통해 호주 로컬 문화를 다른 결로 변주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문을 연 을지로점은 헤일리스커피의 실험무대다. 외국인 관광객과 로컬 직장인, 젊은 세대가 뒤섞인 상권 특성 덕분에 호주식 로컬 카페를 보다 밀도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 베지마이트 토스트 같은 낯선 메뉴를 과감히 선보이고, 유니폼과 로고, 음료 구성까지 호주식 톤을 강화한 결과, “호주보다 더 호주 같다”는 반응을 얻었다.

을지로에서의 경험은 브랜드의 방향성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해외 손님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장기 파트너십 사례는 조 대표에게 ‘호주 진출’이라는 목표를 현실적인 과제로 인식하게 했다. 다만 헤일리스커피는 빠른 확장에는 관심이 없다. 직영점은 기준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반직영·가맹은 철학을 공유하는 파트너와만 신중하게 논의한다. 실제 점주 대부분이 손님 출신이라는 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 대표의 꿈은 명확하다. 언젠가 시드니든 멜번이든, “헤일리스커피에 가면 호주 동네 카페에 온 것 같다”는 말을 듣는 것. 커피 클래스와 바리스타 교육,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아우르는 문화 플랫폼으로 카페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헤일리스커피는 커피만 파는 가게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이 잠시 쉬어가며 위로를 받는, 일상의 쉼표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호주의 공기와 한국의 일상이 교차하는 지점, 그 사이 어딘가에 헤일리스커피가 있다. 이름을 불러주는 커피 한 잔이 하루의 방향을 조금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브랜드는 오래도록 조용히 증명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