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그룹이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계기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최대 2조원 규모의 과징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내부통제 실패 책임론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성과급 문제까지 거론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8일 오후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제재심 개최를 앞두고 각 은행에 제재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사전통지를 받은 곳은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은행에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가 사전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ELS 판매 금액이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이 1조원 이상의 합산 금액을 통보받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은 8조1972억원으로, 다른 은행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등의 순이다.
과징금 규모가 확정될 경우 파장은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과징금이 주요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약 100bp 안팎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이는 대출 여력 축소는 물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KB금융의 중장기 경영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이를 금융지주·은행 CEO 성과평가에 직접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지배구조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CEO 성과급을 삭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공식화하겠다는 취지다.
KB금융의 경영진 성과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구성돼 있다. 정량평가는 ROE, 총영업이익, 비은행 부문 이익, CET1 등 실적 지표가 중심이며, 정성평가에는 내부통제와 ESG 항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소비자 보호는 내부통제 항목에 포함돼 있을 뿐, 전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계기로 실제 성과급 삭감이 이뤄질 경우, 이는 국내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ELS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이 판매한 ‘벨기에 코어 오피스 투자신탁2호’ 펀드는 투자위험등급이 잘못 표기된 사실이 드러났고, 국민은행은 이를 인정해 자율조정에 나섰다.
해당 상품은 2019년 설정돼 약 900억원이 모집됐으며, 이 중 국민은행 판매액은 약 200억원이다. 현재 투자자 기준 최소 40%에서 최대 80%, 일부 투자자에 대해서는 100% 보상이 진행됐다.
금융사고 발생 건수 역시 KB국민은행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금융사고는 총 10건, 사고 금액은 263억626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경영 실패로 평가받는 분위기”라며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금융지주의 경영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