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이나 체크카드를 잠시 빌려줬을 뿐이라고 생각해도, 수사기관에서는 보이스피싱 자금 이동에 관여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최근 대학생과 청년층 사이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 대출 실적, 환전•송금 대행 등을 가장한 금융사기 연루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취업난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들의 사정을 이용해 범죄의 도구로 삼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유형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라고 하면서 통장이나 체크카드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며 계좌 입출금을 요구하는 경우, 거래처 대금이라며 현금을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하는 경우, 해외 송금이나 환전 거래를 도와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행위는 사안에 따라 사기,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문제 될 수 있다. 본인은 단순히 아르바이트나 심부름이라고 생각했더라도,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이동이나 범죄수익 은닉 과정에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A&P 박사훈 대표변호사는 “실무상 자주 문제 되는 것은 나는 속아서 한 일일 뿐인데 왜 처벌 대상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단순히 본인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어떤 경위로 연락을 받았는지, 왜 자신의 계좌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했는지, 전달한 돈이나 물건의 성격을 정말 몰랐는지,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정황은 없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본인이 가볍게 생각했던 행동 하나가 계좌 제공, 전달책, 자금세탁 가담 등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청년층은 SNS를 통한 아르바이트 모집, 중고거래, 환전, 물품 전달 등에 익숙하기 때문에 경계심이 느슨해지기 쉽다. 문제는 이러한 일상적인 접점이 범죄 조직에게는 가장 쉬운 접근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범죄 조직은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다”, “단순 전달만 해주면 된다”, “계좌만 잠깐 빌려주면 된다”, “환전만 도와주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의심하는 청년들에게는 “남들도 다 이렇게 돈 번다”, “불법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편법 정도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말을 앞세워 설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거래라면 타인 명의 계좌를 요구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현금으로 전달하게 할 이유가 없다. 통장, 카드, 계좌, 현금 전달, 환전, 송금, 단순 심부름이라는 말이 함께 등장한다면 일단 멈춰야 한다. 쉬운 돈이라고 설명하는 일일수록 더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박사훈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건을 다루다 보면 처음부터 큰 악의를 가지고 범죄에 가담했다기보다,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위험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연루되는 청년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하지만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는 단순히 몰랐다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구조를 정확히 알고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통장이나 카드를 빌려달라는 요구, 현금을 대신 전달해 달라는 부탁, 환전이나 송금 과정에 끼워 넣으려는 제안, 고수익을 약속하며 단순 심부름을 시키는 방식은 모두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응하지 말고, 이미 연루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초기에 법률적인 점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