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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걸 LF 회장이 차린 밥상에 아들 구성모 숟가락만 놓은 격…‘아빠 찬스’로 순항하는 LF 승계

- 수백억 차입으로 지분 사들이고, 배당금으로 이자 메우는 ‘승계형 순환 구조
- 일감·자금·경영 경력까지 뒷받침…실질적 역할 없이 지배력만 확대되는 ‘아빠 찬스 승계’

 

구본걸 LF그룹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를 중심으로 한 승계 구도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LF 지분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사실상 2대 주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성장의 동력은 본인의 성과보다는 부친이 공들여 설계한 구조와 자금 흐름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뒤따른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진 절묘한 구조일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아버지가 차려놓은 밥상에 아들이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적분할, 후계자 지분 확보의 핵심 고리

 

출발점은 2022년 7월 LF네트웍스의 인적분할이었다. LF네트웍스는 LF스퀘어 아울렛과 물류·조경 사업을 담당하는 비상장 계열사로, 구본걸 회장과 동생 구본순·구본진 씨 등이 지분을 나눠 가진 사실상의 ‘형제 회사’다. 이 회사는 조경사업 부문을 떼어내 ‘고려디앤엘(현 LF디앤엘)’을 새로 만들었고, 분할 과정에서 LF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상장사 LF 지분 6.18%를 신설 회사로 그대로 넘겼다.

 

이 회사 지분 91.58%는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가, 나머지 8.42%는 장녀 구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구 회장의 자녀들이 100% 소유한 개인회사로 상장사 LF 지분이 이전된 셈이다.

 

배당·대여금·우호 일감이 지배력 확대의 ‘숨은 동력’


LF디앤엘은 출범 직후부터 LF 지분 매집에 속도를 올린다. 2022년 6.8%였던 LF 보유 지분은 2023년 11.13%, 2024년 11.97%를 거쳐 2025년 상반기 12.92%, 10~11월 공시 기준 13.85%까지 올라섰다.같은 기간 구성모 씨 개인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1.8%까지 늘렸다.


구성모 씨는 별도의 경영 실적이나 현금흐름 없이 자신의 개인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한 것인데, 문제는 LF디앤엘 자체가 그 지분을 살 재무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LF디앤엘의 2024년 기준 재무상태는 △매출 524억 △영업이익 9억 △현금성 27억 △부채비율 300%다. 이 상태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LF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던 배경은 전적으로 부친의 자금과 담보 대출이다.


LF디앤엘은 설립 첫해인 2022년 한국증권금융에서 253억 원을 차입하면서 분할로 넘겨받은 LF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고, 여기에 더해 구본걸 회장에게서 33억 원, 구성모 씨로부터 25억 원을 빌렸다. 2023년에는 구성모 씨에게 빌린 25억 원을 상환하는 대신, 구본걸 회장에 대한 차입금을 153억 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리며 전체 차입 규모를 406억 원까지 키웠다.


2024년에는 구본걸 회장 대여금이 171억 원으로 다시 늘고, NH투자증권으로부터 LF 주식을 담보로 15억 원을 추가 차입하면서 총 차입금은 439억 원에 이르게 된다. 결국 LF디앤엘의 부채 527억 원 가운데 80% 이상이 구본걸 회장과 금융권에서 빌려온 LF 지분 매입용 자금이라는 뜻이다.

 

이자 부담도 해마다 불어났다. 2022년 6억 원 수준이던 이자 비용은 2023년 약 20억 원까지 뛰었고, 차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LF가 3년 연속 주당 7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면서, LF디앤엘이 받은 배당금도 매년 20억 원대 초반으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LF디앤엘은 LF에서 받은 배당금으로 대부분의 이자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또한 LF디앤엘이 수행 중인 2024년 건설형 조경 공사 391억 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가 GS건설·LG그룹 계열 현장에서 나온 일감이다. 2023년에는 전체 진행 공사 566억 원 중 약 60%가 LG·GS 계열 현장이었고, 2022년에도 582억 원 중 41%가 GS건설 ‘자이’ 브랜드 아파트 조경 공사였다.


LF와 직접적인 내부거래뿐 아니라, LG·GS라는 외가·인척 그룹의 우호적 물량이 LF디앤엘의 외형과 현금흐름을 뒷받침해온 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동일인(총수) 4촌 이내 혈족·3촌 이내 인척까지만 포괄하고 있어, 6촌에 해당하는 LF·LG, 인척 관계에 있는 GS 등은 규제 범위에서 벗어난다.


구성모 ‘경영 공백’…승계 정당성 논란


이 모든 구조의 중심에 있는 구성모 씨는 정작 LF디앤엘에서 어떤 역할도 맡고 있지 않다. 그는 삼일PwC·라자드코리아를 거쳐 2023년 9월 LF 신규사업팀 매니저로 입사했으나 1년 남짓 만에 회사를 떠나 해외 MBA 과정에 들어갔다. 이후 2025년 봄에는 LF의 손자회사인 코람코자산운용에서 인턴으로 짧게 근무하는 등 ‘후계자 커리큘럼’을 밟고 있을 뿐, LF디앤엘에는 등기이사·미등기임원 어느 직함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 회사 지분 91.58%를 보유한 절대주주이며, LF 지배력 확대의 최대 수혜자다.


자녀가 직접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도 전에, 부친이 만들어놓은 구조와 계열 네트워크, 그리고 LF의 배당금이 승계를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법적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소유·지배 구조가 과연 정당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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