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가계 재정 악화가 이어지면서 올해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장기 저축을 포기하고 단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회의원(국민의힘, 속초·인제·고성·양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19개 은행의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총 110조 7680억원에 달했다.
통상 연말에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해지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5년간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규모를 보면 지난 2020년 101조 3293억원, 2021년 102조 687억원, 2022년 227조 2864억원, 2023년 124조 4896억원, 2024년 114조 474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2022년 이후 높은 수준의 해지 규모가 상시화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은행별로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11월 정기 예·적금 해지 현황을 보면 전월 대비 해지 계좌 수는 약 20%, 해지 금액은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시행된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주식시장으로 자금 이동을 자극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이른바 ‘빚투’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며 생활비와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점도 중도해지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정기 예·적금의 대규모 이탈이 은행권의 유동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기 예·적금은 만기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은행 자금 운용의 핵심 기반 역할을 해 왔으나, 중도해지가 늘어날 경우 자금 조달 여건이 급변하며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이양수 의원은 “경기 침체와 가계 재정 악화로 인해 미래를 대비한 저축을 깨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증가는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가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예·적금 중도해지가 구조적으로 고착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계 소득 회복과 금융 환경 정상화를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