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이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 국내 식품 산업의 핵심 원재료 시장을 둘러싼 담합 이슈에 연이어 직면하면서 ‘담합 3관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미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해 수천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확정된 가운데 밀가루와 전분당까지 조사가 확대되면서 규제 리스크와 재무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분 등 제당업체들이 설탕 가격을 담합했다며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액은 3조2884억원에 달하며 매출의 약 12% 수준이 과징금으로 산정됐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의 과징금은 1506억89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설탕 가격의 인상과 인하 시기, 폭 등을 경쟁사와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설탕은 음료와 과자, 제과·제빵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가격 변동이 가공식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CJ제일제당은 과징금 확정 당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한제당협회 탈퇴, 임직원의 경쟁사 접촉 금지, 원가 연동형 가격 결정 시스템 도입 등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담합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설탕 사건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을 포함한 제분업체 7곳을 대상으로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약 6년에 걸쳐 5조8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1조16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분당 시장에서도 담합 의혹이 제기되며 수사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CJ제일제당과 대상, 사조CPK, 삼양사 등 4개 업체의 전분당 가격 담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포도당과 과당, 물엿, 올리고당 등 전분당 제품 가격을 공동으로 조정했다는 의혹이다. 전분당은 과자와 빵, 음료 등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은 제과·제빵 산업에서 핵심 원재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들 세 가지 원료가 빵 제조 원가의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담합 조사 이후 밀가루와 전분당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올해 들어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4% 낮춘 데 이어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도 5.5% 인하했고 최근에는 평균 5% 추가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전분당 역시 업소용과 소비자용 제품 가격을 각각 3~5% 수준으로 낮췄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대한통운을 제외한 기준으로 매출 17조7549억원, 영업이익 86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15.2%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손실 4170억원을 기록하며 2007년 CJ에서 인적분할한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냈다.
식품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 주요 소재식품 시장에서 동시에 조사 대상에 오른 점 자체가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식품 산업의 기초 원료 시장이 소수 기업 중심의 과점 구조로 형성돼 있는 만큼 가격 동조와 담합 논란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 사건이 촉발점이 돼 밀가루와 전분당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규제 리스크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국내 식품사업 부진까지 겹친 만큼 단기적으로는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CJ제일제당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