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콘텐츠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협찬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검토도 다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주요 금융기관 중 하나인 우리은행이 여러 차례 코바나콘텐츠 전시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어,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는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지만, 특검은 당시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문제 삼으며 재수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코바나콘텐츠가 주관한 전시 중 2019년 6월 개막한 ‘야수파 걸작전’을 포함해 총 4차례 이상 협찬사로 참여했다. 2019년 7월 8일자 <펜앤드마이크>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야수파 걸작전’에 3,000만 원, 계열사인 우리카드는 5,000만 원을 협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전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점에 열렸고, 협찬 기업 수가 한 달 사이 4곳에서 17곳으로 급증해 논란이 됐다. 공동 주최 언론사 유치분까지 포함하면 전체 협찬사는 28곳에 이른다. 당시 법조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의 유력한 임명을 의식한 기업들이 앞다퉈 협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시점은 우리은행에도 민감한 국면이었다. 이광구 전 은행장이 은행장직에서 물러난 뒤인 2018년 말, 부정 채용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이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2020년 징역 8개월을 확정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나 외부 유력 인사의 청탁이 실제 채용 과정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전직 경영자가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시점에, 계열 금융회사가 검찰 고위 인사가 연루된 전시에 협찬한 사실은, 특검이 해당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를 제공한다.
특검은 현재 코바나콘텐츠 전시에 참여한 기업들 가운데 일부가 언론사를 경유해 협찬을 제공했는지, 협찬금이 코바나콘텐츠 측으로 직접 전달되는 구조였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시를 공동 주최한 언론사 관계자가 이후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된 사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측은 지금까지 코바나콘텐츠 협찬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는 문화예술 지원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설명이 적용되지만, 특검 수사가 본격화된 이상 사안의 성격에 따라 추가 설명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수사는 협찬의 정당성 여부뿐 아니라, 해당 협찬이 직무와 관련된 이해관계였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후원 활동이 법적·윤리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선, 당시 시점과 자금 흐름, 후속 인사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