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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로버트 M. 새폴스키의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급진적인 결정론을 주장 -

로버트 M. 새폴스키의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급진적인 결정론을 주장한다. 책에서 제시되는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집을 나서는데 비가 온다. 우산을 가지러 가려고 등을 돌리는 순간, 마침 빈 택시가 지나간다. 1초쯤 고민한 끝에 당신은 택시를 세워 타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었지만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만족한다. 그러나 로버트 M. 새폴스키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은 ‘당신의 선택’이 아니다. 택시를 탈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조차 이미 뇌에서 결정된 결과이며, 그 판단은 유전자, 성장 환경, 과거 경험, 그리고 당시의 뇌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필연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 행동의 원인을 극단적으로 확장한다. 당신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단지 그날의 상황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부모가 만난 사건, 당신이 자라온 환경, 그리고 수많은 생물학적·사회적 요인이 축적된 결과이며, 더 나아가 그 인과관계는 빅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말하자면 “당신은 빅뱅 때문에 택시를 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관점은 벤저민 리벳의 실험에서도 뒷받침된다. 실험에 따르면 사람은 버튼을 누르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약 0.3초 전에 이미 뇌가 행동을 준비한다. 즉, 우리가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실제 결정 이후에 따라오는 ‘의식의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태아기 환경,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유전학, 심지어 카오스 이론과 양자 불확정성 같은 물리학 개념까지 동원해 자유의지가 개입할 틈이 없음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운’이다. 많은 사람들은 노력과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지만, 저자는 그 노력조차도 결국 운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끈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했다면, 그 끈기 자체가 이미 타고난 성향과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반대로 실패한 사람 역시 불리한 조건이 누적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운은 장기적으로 평균에 수렴한다”는 통념을 부정하며, 현실 세계는 오히려 행운과 불운이 더욱 증폭되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결국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모두 운의 흐름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결정론은 도덕과 책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만약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가, 혹은 성공한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새폴스키는 여기서 비관이 아닌 새로운 윤리를 제안한다. 잘못된 행동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비난하기보다, 그 행동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처벌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예방과 개선, 그리고 공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든다. 택시를 타는 사소한 결정부터 인생의 중대한 선택까지,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흐름 속에 있다는 이 도발적인 주장은 독자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묘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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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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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세

용문사의 은행나무 나이가 1천년이 지났다. 나무는 알고 있다. 이 지구에서 생명체로 역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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