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들 사이에서 ‘어싱(earthing)’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아이를 맨발로 흙이나 잔디에 닿게 하는 단순한 행동이다. 그러나 실제로 수면이 좋아졌다는 후기, 짜증과 과흥분이 줄었다는 경험담들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이들에게도 근거 있는 도움일까? 현재까지 의학 논문에서 ASD 아동 대상의 직접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 근거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어싱은 수면과 자율신경 안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접지 상태에서 잠을 재운 소규모 연구들에서 수면지표가 개선되고, 코르티솔 리듬이 안정된 결과들이 있었다. 심박변이도(HRV)가 좋아진 연구도 있어 교감신경 과흥분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간접적인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폐 아동은 밤잠 불규칙, 과각성, 감각 자극추구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일부 부모들이 어싱을 쉬운 저위험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 원장은 “한의학적으로는 어싱을 발바닥 용천(湧泉)을 통한 기(氣)의 하행(下行) 안정으로 해석한다. 기가 머리 위로 떠 있는 상태가 스트레스, 흥분, 불안, 과행동을 만든다고 본다. 땅과 발이 직접 닿으면 기가 아래로 빠져나가면서 머리에 뜬 불(火)을 줄이고 몸 전체 균형이 안정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실제 한의 임상에서도 용천은 불면, 과흥분, 열감, 두통 등에 자주 사용되는 자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싱은 주치 치료(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한약/침 등)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용이 없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일상에서 쉽게 실행 가능한 보조 루틴이라는 점에서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단, 변화 여부는 1~3개월 정도 수면일지, 행동 빈도 기록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효과가 분명하면 루틴에 포함시키고, 변화가 없으면 과도한 기대 없이 정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설재현 원장은 “결론은 하나다. 어싱은 ‘기본 치료를 보완하는 자연적 안정 루틴’ 정도로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러나 수면과 감각조절이 예민한 자폐 아동에겐 작은 변화 하나가 임상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별거 아니지만 이 작은 땅의 감촉이 우리 아이에게 ‘안정의 신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