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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26년에 마주한 ‘얼차려’ 회식, HD현대건설기계의 부끄러운 자화상

신입사원 환영회서 폭언과 얼차려… 시대착오적 구습 여전
보직 해임 등 사후 처방보다 근본적인 조직 문화 쇄신 절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7년이 흘렀지만, 2026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는 듯하다. 최근 HD현대건설기계 인천사업장에서 발생한 신입사원 폭언 및 얼차려 사건은 우리 사회가 쌓아온 상호 존중의 가치가 현장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 2일, 설레는 마음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들을 위한 환영 회식 자리는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술에 취한 팀장급 관리자는 신입사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식당 한복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는 군대식 얼차려를 부여했다. 여기에 특정 지역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정황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왜곡된 권위주의가 조직 내에 얼마나 깊게 뿌리 박혀 있는지를 방증한다.

 

사건 직후 해당 관리자가 사과하고 회사가 보직 해임 및 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고는 하나, 이미 상처 입은 신입사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같은 팀 신입사원 중 한 명이 사표를 던진 배경을 두고 회사 측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직원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터져 나온 과거의 상습 폭행 폭로들은 그동안 이 조직이 괴롭힘 문제에 얼마나 무뎌져 있었는지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그 내부를 채우고 있는 문화가 구태의연한 ‘꼰대 문화’와 ‘폭력’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2026년의 직장인은 회사를 위해 무조건적인 복종을 바치는 존재가 아니라, 공정한 대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관리자의 징계로 마무리 지어서는 안 된다.

 

회사는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투적인 문구 대신, 현장 깊숙이 침투해 있는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뿌리 뽑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개 사과와 엄중한 인사 조치는 시작일 뿐이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때 무시당하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상식이 현장 근로자들의 일상에 완전히 안착할 때까지 HD현대건설기계의 쇄신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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