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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위 현장의 대한항공 승무원 “숨만 쉬고 살라는 건가요?”

LA 시위 속 냉장고도 잠긴 인터컨티넨탈 호텔…대한항공 승무원들, 도시락 한 끼에 갇히다.

 

2025년 6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건물(300 N. Los Angeles St, Los Angeles)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9일에는 경찰과 군 병력이 최루탄, 섬광탄, 고무탄을 동원해 시위를 강제 진압했고, 10일에는 주방위군과 해병대 총 4,700명이 투입되면서 LA 도심은 준전시 상태로 돌입했다.

 

시위 중심지에서 2.5km 떨어진 인터컨티넨탈 호텔(900 Wilshire Blvd, Los Angeles)에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투숙 중이었다. 이들은 외출을 제한받은 채, 냉장고 사용도 불가능한 객실에서 하루 한 끼 조식 도시락에 의존하고 있었다.

 

6월 10일 대한항공은 승무원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공지에는 호텔 내 체류를 원칙으로 하며,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 반드시 사무장 또는 기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2인 이상이 동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격리 조치에 준하는 이 공지로 인해 승무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외출은 통제되는데 식사는 제공되지 않고, 음식 보관 수단도 차단돼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확보되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냉장고 사용 제한은 가장 큰 불편으로 꼽혔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객실 내 냉장고는 물리적 잠금장치가 설치된 상태였고, 일부는 전기조차 차단돼 있었다.

프론트에 요청하면 시건 해제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요청이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거절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온 도시락은 쉽게 상했고, 배달 음식을 받아도 보관하지 못해 억지로 한 번에 먹어야 했다.

 

승무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이 조식 도시락 조차 최근에야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해당 호텔에서는 2025년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도 투숙하기 시작했는데, 도시락 제공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까지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에게 어떠한 식사 제공도 없었으며, 장거리 비행 후에도 각자가 음식을 구입해 해결해야 했다.

 

대한항공이 과거 유사 사고를 겪고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이 호텔 인근 쇼핑몰 타겟(Target) 내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던 대한항공 승무원이 노숙자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회사는 승무원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만 했을 뿐, 구조적 개선이나 안전한 식사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시위 상황은 예견된 재난에 가까웠지만, 항공사는 승무원의 생존과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더 우선시한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LA 시내의 교통과 외부 식사 접근성은 극단적으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락 한 끼 외엔 자율 해결하라는 지침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냉장고는 잠겨 있고, 외출은 허가받아야 하며, 2인 이상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조건 속에서 승무원들은 무력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승무원은 “감염자도 아니고 죄인도 아닌데, 밥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며 “지금 우리가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편이 아닌, 조직의 책임 방기와 인권 감수성 부재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대한항공은 위기 상황에서 직원 보호에 실패했고, 최소한의 생존 조건조차 시스템화하지 못했다.

과거 사고를 기억하는 승무원들에게 이번 사태는 반복된 위험과 외면, 그리고 비용 논리에 밀려난 인간 존엄의 상실로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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