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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우화 같은 ‘압구정2구역’ 재건축… 인근 재건축 구역들도 탄식

-6개 압구정특별계획구역 중 사업 속도 가장 빠른 압구정2구역...
"속도에 취해 방향 잃어" 업계 지적
-추가이주비 한도 제한, 금리 제안 금지, 설계 차별화 불가능...
"후발 구역에 대장주 자리 내주나" 우려↑
-일부 조합원들, 조합 독단적 행보로 재산 손실 걱정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특별계획구역 6개 구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압구정2구역이 '자승자박'에 빠진 모습이다. 속도에만 치우친 채 방향을 잃었다는 비판이 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인근 압구정3구역에서도 조합 스스로 경쟁력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이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1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조합은 입찰지침을 통해 추가이주비 한도를 LTV 50%로 제한하고, 금리 제안도 원천금지했다.

 

현재 신현대가 포함되는 압구정2구역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가 많아 초고층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아파트 단지의 가치가 높아질 여력이 매우 큰 곳으로 꼽힌다.

 

여기에 재건축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 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때문에 압구정2구역 조합의 입찰지침이 조합원들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 있다는 우려가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부 조합원들, 인근 부동산에도 퍼져 있는 상황.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압구정 랜드마크는 커녕 압구정4, 압구정5구역에도 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이번 지침에 대해 도시정비 전문가들은 금융 조건을 제한해 조합원의 분담금 경감 여지를 전면 차단했다고 지적한다.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가 제안할 수 있는 최저 금리 조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압구정2구역 조합은 사업비 조달방식도 △직접대여 △지급보증대출 △HUG보증대출 등 3가지로만 한정했다.

 

이 역시 업계에서 가장 진화된 금융 역량을 갖춘 시공사들이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 조치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절감 기회를 놓쳐 큰 재산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

 

▶ 수 조원에 달하는 재건축 사업, 1%P 금리도 수 천억원대 차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갖춘 시공사의 경우 회사채, 유동화 등을 통해 은행 수신금리를 적용하는 일반 건설사에 비해 월등히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현재 압구정2구역 조합이 제안한 입찰지침은 시공사의 '금융 기술력 경쟁'을 조합 스스로 막아버린 것으로 입찰은 열렸지만 사실상 경쟁은 봉쇄했다"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시공사의 신용도와 조달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합원들에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꼬집었다.

 

압구정2구역 조합의 입찰지침은 설계 차별화도 불가능하다. 주동 개수, 동 배치, 동별 세대수를 고정한 채 입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2구역의 '답답' 행보에 인근 압구정특별계획구역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압구정3구역 한 조합원은 "조금 앞서 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더니 결국 가장 중요한 입찰지침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꼴이 됐다"며 "좋은 입지를 이렇게밖에 활용 못하는 모습이 '거북이에게 진 토끼'같다"고 일갈했다.

 

익명을 요청한 압구정4구역 한 조합원은  "압구정 신현대가 다른 단지 보다 나은 건 겨우 사업속도가 몇 달 빠른 것 뿐"이라며 "지금 정비계획안대로 설계하면 절대로 랜드마크가 될 수 없다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압구정 2구역은 3구역은 물론,  4·5구역보다도 가치가 뒤처질 것"이라며 "2구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제대로 된 입찰을 통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입찰지침에 대한 반론이 거세다.

 

압구정2구역 한 조합원은 "가장 중요한 시공자 선정 국면에서 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더 싼 조달 금리로 비용적인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차별화된 설계로 지어진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조합원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속도는 빠른데 방향이 틀렸다"며 "집행부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생각과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압구정2구역이 지금처럼 금융, 설계, 조건을 획일화한 채 입찰을 강행한다면 '빠르게 간다'는 상징은 남겠지만, 그 뒤를 잇는 구역들에 의해 금세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더 낮은 금융비용, 좀 더 나은 평면과 조망, 더 높은 브랜드 가치로 완성된 단지가 결국 시장에서 선택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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