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 사회적 분쟁으로 번지던 상속 제도가 현대 사회의 변화된 가족 가치에 맞춰 근본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지난 2026년 3월 17일 개정된 민법은 유류분 반환 방식부터 상속권 상실 요건까지 폭넓은 변화를 담으며,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자율성과 상속인의 실질적 기여를 보다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민법 제1115조 개정에 따른 유류분 반환 방식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유류분을 청구할 경우 부동산 등 특정 재산 자체의 지분을 반환받는 ‘원물 반환’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가액 지급 청구’ 방식으로 일원화되면서, 현금으로 그 가치를 정산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하나의 부동산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갖게 되면서 발생하던 처분 제한이나 추가 분쟁 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여분에 대한 법적 보호 역시 강화됐다. 민법 제1008조에 신설된 단서에 따르면, 피상속인에 대한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기여한 대가로 이루어진 증여 또는 유증은 유류분 반환 대상인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장기간 부모를 부양하거나 가업을 유지한 상속인이 받은 재산까지 일률적으로 반환 대상에 포함되던 기존 구조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 것이다.
상속권 상실 제도 역시 확대되었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제1004조의2는 기존 논의가 직계존속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에서 나아가, 배우자와 직계비속을 포함한 모든 상속인에 대해 적용될 수 있도록 범위가 넓어졌다. 피상속인을 학대하거나 중대한 부양의무를 위반한 경우,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른 청구나 유언 등을 바탕으로 가정법원의 판단을 통해 상속권 상실이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상속을 단순한 권리가 아닌 책임과 연계된 제도로 재정립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상태로, 이번 개정과 맞물려 유류분 제도 전반이 축소되는 흐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속 구조는 보다 직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개정 조항의 적용 시점은 일부 구분된다. 유류분 반환 방식을 가액 지급 청구로 변경한 민법 제1115조는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되며, 기여분 관련 규정과 상속권 상실 확대 등 나머지 개정 사항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고려하여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된다. 이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상속 분쟁에서도 개정 규정 적용 여부를 두고 법적 검토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민법 개정은 유류분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형평을 반영하려는 방향에서 이루어진 변화다. 특히 가액 지급 방식 도입으로 부동산 지분 분쟁이 줄어들고, 기여에 대한 보상적 증여가 보호받게 된 점은 실무상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권 상실 제도가 확대되면서 상속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책임을 전제로 한 제도로 자리잡게 됐다. 다만 기여분 인정 범위나 상속권 상실 사유에 대한 입증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전문가와 함께 상속 설계를 준비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