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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유증, 1조6000억 PRS로 메운 SK... 자본조달 대안 될까?

SK㈜ 손실 부담 구조에 공정위 ‘유사 TRS’ 경계심
회계기준원, PRS를 사실상 고금리 대출로 해석…향후 부채 인식 가능성

 

SK이노베이션이 올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최대주주인 SK㈜는 4000억 원만을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 1조6000억 원에 대해서는 증권사들과 PRS(주가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자금조달 유연성 확보라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자회사에 대한 보증과 유사한 구조라는 분석과 함께 향후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자회사 SK온의 전지사업 적자 지속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32조8000억 원, 부채비율은 207%에 달한다. 2분기 실적은 영업손실 4176억 원, 순손실 1조3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조3700억 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역시 2조 원 이상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재무 악화에 대응해 SK이노베이션은 회사채, 기업어음,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금 조달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LNG 자산 유동화를 통해 약 5조 원을 확보해 SK온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을 포함해 총 8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SK㈜는 4000억 원을 직접 출자했지만, 1조6000억 원은 PRS 계약을 통해 조달했다. PRS는 계약 당시 대비 주가가 상승할 경우 SK㈜가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하락 시에는 손실을 보전하고 일정 수수료(이자)를 증권사에 지급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구조를 사실상 주식담보대출로 보고 있으며, SK㈜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연 5~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사는 분기 단위로 정산을 실시하거나, 필요시 담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권한도 갖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SK㈜의 신용등급과 시장 내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PRS는 결과적으로 그룹 신용을 담보로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서도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이자 SK그룹의 컨트롤타워이며, 금융사·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대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인 AA+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믿을 만한 보증인이라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1조6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손실 부담을 떠안는 PRS 구조는 실질적으로 자회사에 대한 간접 보증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현행 법령상 대기업집단 내부의 채무보증은 금지되어 있으나, PRS는 공식 보증이 아닌 손실보전 구조를 통해 유사한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CJ그룹이 유사한 방식의 TRS(총수익스와프)를 활용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에 부당 지원을 했다고 판단해 2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CJ는 TRS를 활용해 계열사인 ‘CJ올리브영’ 주식을 외부에 넘기는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 손익을 전적으로 부담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총수일가의 지분 방어를 위한 자금지원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이 선례는 SK에도 불편한 시그널이다. 형식상 투자로 포장된 PRS 역시, 실질적으로는 SK㈜가 증권사를 거쳐 자금을 투입하고 손실까지 부담하기 때문에, ‘직접 지원’에 가까운 구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기존에는 PRS 계약이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돼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회계기준원은 PRS를 지분투자가 아닌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PRS 구조가 만기 시 대부분 연장되고, 위험과 수익이 기업 측에 귀속되는 점 등을 근거로 고금리 사모대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회계기준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주식의 명의 이전이 있더라도 위험과 보상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자산 양도로 보지 않으며, 이는 기업 측에도 해당 거래를 차입금으로 인식해야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PRS 관련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공식 기준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회계법인의 해석 변화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은 PRS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금융사들도 PRS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비율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SK㈜는 ‘모회사로서의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하는 모양새지만, 들여다보면 지배력을 유지한 채 회계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 TRS 사건이 보여주듯, 구조의 실질이 중요해진 지금, SK㈜의 PRS도 공정위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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