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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K그룹 [3부] 2009~2015 SK C&C–SK㈜ 합병, 지배구조 승부수

이 기획 시리즈는 1998년 SK그룹 총수의 회장직 승계를 시작으로, 2025년 유심 해킹 사건에 이르기까지 약 20여 년간 이어진 SK그룹의 지배력 강화 전략과 관련 이슈들을 7편의 기사로 구성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과제와 기업지배구조의 한계를 되짚고자 한다.[편집자주]

 

2009년 SK C&C의 상장이 마무리된 이후, SK그룹은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그 중심에는 SK C&C와 SK㈜ 간의 관계 재편이 있었다.

 

당시 SK C&C는 총수 일가가 약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최태원 회장이 31.8%,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11.2%를 보유하는 등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강하게 유지되는 구조였다. SK C&C는 SK㈜의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었고, SK㈜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E&S 등 주요 계열사를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SK그룹의 당시 지배구조는 SK C&C → SK㈜ → 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이른바 ‘중간지주–지주회사–자회사’ 구조였다. 이는 총수 일가가 비교적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금융당국과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순환출자 문제, 내부거래 의존도, 이중 지배력 구조 등의 비효율성 문제로 지속적인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11년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 행위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예고하면서, SK그룹은 지배구조 단순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 2015년 8월 SK C&C와 SK㈜ 간 합병이 단행됐다. 당시 합병비율은 SK C&C 1 : SK㈜ 0.74로 결정됐으며, SK C&C의 합병가액은 23만5,073원, SK㈜는 17만3,193원으로 산정되었다. 이 합병비율은 시장 일각에서 논란이 되었다. SK C&C의 주요 매출이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반면, SK㈜는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다양한 자산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과 언론에서는, SK㈜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자산 가치와 실적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SK C&C의 가치가 더 높게 책정된 점에 대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SK C&C 지분을 활용해 SK㈜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합병은 법적으로 문제 없이 진행되었고, 존속법인은 SK㈜로 유지되었지만, 시장에선 이 합병이 실질적으로 SK C&C가 주체가 된 ‘역합병(Reverse Merger)’ 형태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합병 직후 총수 일가는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했으며, 우호지분을 포함한 실질적 지배력은 4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통제력을 보다 공고히 하게 되었고, SK㈜가 향후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플랫폼이 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합병 전후 주가 흐름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합병 발표 전 수개월 간 SK C&C의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SK㈜는 비교적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투자자들은 ‘사전 정보 유출’ 또는 ‘의도적 주가 관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금융당국의 조사에서는 명백한 위법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의혹 제기만으로도 자본시장 신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이 합병은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SK C&C의 상장 당시 확보한 자금과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은 합병 전 오너일가의 자산 가치 상승에 기여했고, 합병 이후에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 확립의 기초가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SK C&C–SK㈜ 합병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유사한 구조를 보였다고 분석한다. 비상장 계열사의 가치를 내부거래로 증대시킨 뒤 상장 및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외부 반대세력이 거의 없었던 만큼, 제도적 미비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후 SK그룹은 해당 합병을 기반으로 다수의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분야에서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 역시 SK㈜가 중심이 되었으며, 이는 SK C&C와의 재무 통합으로 인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또한,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되었고, 이후 SK실트론 등의 인수 사례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반복되었다. 이는 다음 편에서 다룰 SK실트론 관련 지분 인수 논란과도 연결된다.

 

다음 4부에서는 SK실트론의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편법 논란과 자사주 전략의 반복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SK그룹의 지배력 유지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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